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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희망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Review 2021. 10. 17. 20:18
달콤했던 재택근무를 떠나보내며
어느새 코로나 일별 확진자 수가 3천명을 넘겼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리고, 몇 주째 2천여명 밑으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1,000명을 넘겨도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끼리 서로 걱정하며 안부를 전하던 것이 무색할 만큼 후반부 드래곤볼의 전투력 인플레이션마냥 이제는 2000명 정도는 “크큭, 고작 그 정도 수치인가?”속으로 코웃음치며 무뎌져 간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백신 1차 접종도 받고, 어지간하면 집 안에서 해결하고 약속도 거리 두기 단계에 맞춰서 많은 인원 수가 모이는 모임같은 경우는 지양했다.
집돌이인 성향도 한 몫하긴 했지만지금까지 간헐적으로 회사에서 재택을 하기는 했지만 이런 외부 상황과 나의 개인적인 사유를 덫붙혀 회사의 배려로 비교적 긴 기간동안 재택을 하게 되었다. 나름 합치면 두 달여간이 얼추 되어가는 재택 기간 동안에 기존 회사에서 출퇴근 형식으로 하던 것과 원거리로 근무를 하는 것 어느정도 적응이 되려고 했는데 내게 허락된 재택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크게 아쉽지는 않다. 문맥상 재택근무의 앞에 달콤했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 둘을 우열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등하고 보완적인 관계로 보고 그간 양쪽다 겪으면서 느꼈던 득과 실, 명과 암에 대해서 명명백백히 가려보려고 한다.
재택 근무가 활성화 되는 시점과 계기는 당연히 누가 뭐라고 해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관련 산업들이 폭풍적으로 성장한 것이리라. 줌과 디스코드, 구글 밋업, 게더타운 등 다양한 곳에서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들이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주식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다. 특히 IT기업들은 이미 한 번이라도 도입한적이 있거나 이미 지금도 부분 및 전체 재택으로 전환한 기업도 많다. 서비스나 반드시 대면으로 작업해야만 하는 직종에서는 피치 못하게 계속해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군들은 재택 도입에 대해서 검토하는 수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테스트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초반에는 그런 기업들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코로나가 한창이었을 때(지금도 한창이기는 하지만)시범삼아 2주간 재택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전체 공지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재택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통보로 이루어진 재택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주간 회의를 제외하고는 누군가 제어해주는 사람도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기에 일정이 딜레이되는 일들이 생겼고 이에 대표님은 큰 실망하고 앞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것에 보수적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재택이 핑계가 되지는 않지만 다들 첫 재택에 적응도 필요했을 것이며 각자 Task에 대한 인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실 재택에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집이라는 공간의 특성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일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한번쯤 시험기간이 되었을 때 책상에 앉아서 공부 대신에 청소나 기타 등등 공부 빼고 전부 다 하는 진귀한 경험들을 한번씩 해봤을 것이다.
언제든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 그 유혹은 선악과에 손을 댄 아담과 이브만큼이나 달콤할 수밖에 없다. 노사 관계를 떠나서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실수들은 집 안 깊숙히 도사리고 있고 이는 회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넘어가고 싶다.
정확한 디렉션과 체계없이 남들이 하기 때문에, 대세라서 편승하듯이 급하게 시작한 재택, 감시가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재택. 굳이 따지자면 선후 관계가 어느 정도 존재는 하지만 프로라면 이것을 변명으로 삼아선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재택근무라는 녀석은 단순히 나쁘기만 한 걸까?
만약 재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잘못된 도구는 없다. 잘못된 방법만 있을 뿐이다. 만약 재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정확한 메뉴얼과 체계가 지켜지길 바란다. 그것은 회사보다 더 체계적이어야 하며 각자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율책이어야 한다. 회사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소속감이다. Company라는 회사를 뜻하는 영단어의 어원에는 com(함께)pany(빵) 함께 빵을 먹는다는 어근들이 조합되어 있다. 즉 함께 밥을 먹는 식구들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소속감들은 재택을 하면서 대게는 많이 무뎌지게 되기 마련이다.
회식도 구시대 유물이 되어가는 요즘같은 시대에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회사에 속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주제 의식은 확실하게 심어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말과 동일하다. 재택 근무를 지향할 수록 PM의 역할이 아닐 때보다 더 중요하고 커진다. 지라나 컨플루언스 같은 협업툴을 통해서 함께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부분적인 일만, 개인적으로 끝내고 넘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거대한 분모 중에서 어떤 분자를 담당하는 지 즉 그 작업의 위치와 중요도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각자 맡겨진 Task 별로 일정을 확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당연히 모든 프로젝트에는 확실한 일정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예상치 못하는 변수들과 상황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점을 그냥 단순히 작업이 끝나는 순간에 맞추기 시작한다면 기약없이 늘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기간에 맞출 수 없다고 해도 다시 그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재차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고과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고취시키는 방법일 수 있다. 단적으로 친구의 직장에는 재택을 도입하면서 메신저로 아주 잠시간의 부재더라도 꼭 보고 메세지를 남기는 것이 의무화 되어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 마저도) 하지만 그것의 사유가 동네에 담배에 사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용인하고 넘어간다. 감시의 용도라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미스를 피하기 위한 용도와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여진다.
게더타운을 도입해서 회사 분위기처럼 꾸미고 상시 화상 또는 음성을 통해서 교류하는 방식의 재택도 있다. 최근 떠오르는 메타버스의 활용법 중에 하나로 앞서 단락 서두에 표현한 company라는 소속감을 가상 메타버스 공간에서 구현한 것이다. 이 게더타운에서는 가까이 가면 화상이나 음성을 통해서 대화할 수도 있고 게임이나 발표 등 회사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재택의 단점이라고 꼽는 의사소통의 갭을, 완전히 대면과 같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정리하자면
- 협업툴을 통해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해야할 일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 일정을 정하고 수시로 일정에 대해서 확인하고 조율한다.
- 자유와 책임을 명확히 한다.
- 의사소통의 갭을 줄여야 한다.
재택은 역시 득보다는 실인가?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도 역시 이 재택이라는 것은 개인차가 생길 수 있다. 확실히 기존의 근무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재택이 기존 출퇴근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한다. 정말 방식이 다를 것일 뿐 일을 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라는 것은 동일하고 감히 효율 또한 동일하다고 아니, 오히려 재택 근무가 체질에 맞는 사람의 경우에는 출퇴근 방식보다 더욱 효율 좋은 업무 방식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두 방식의 차이점을 하나씩 따져보며 구분점을 짚어보자.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출퇴근 방식과 집이나 카페 등 ‘일’을 하는 것에 정해진 규격의 공간의 제한이 없는 재택 근무는 얼핏 재택의 장점이 더 강해보인다. 일단 출퇴근하면서 소모되는 시간 및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고 그 시간에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대부분이 서울의 거점에 회사가 몰려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땅값이 싸고 더 넓고 쾌적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수도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차지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간감을 분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단적으로 task 단위로 일을 하면서 그 task가 끝날 때까지 야근을 했으면 했지 절대로 그 일거리를 집까지 가져오지 않고 최대한 회사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집은 쉬고 개인의 시간을 갖는 공간, 회사는 일하는 공간으로 구분한 것이다. 덕분에 주말에는 회사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 등은 일체 접어두고 개인정비에 온 신경을 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재택은 그런 공간구분을 무뎌지게 한다. 일이 집이라는 공간으로 스며들어온다. 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회사에 있는 중이고, 잠깐 외출을 하면서도 나는 일을 하는 중이다. 덕분에 퇴근을 찍어도 잠깐 누워있다가 일에 대해 생각나면 곧바로 노트북을 들어 하던 작업에 다시 들어간다. 주말이나 연휴 기간 동안에도 일하게 된 것은 단순히 내가 일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문제다. 이렇듯 회사라는 공간은 심리적인 역할을 겸하고 있다. 출퇴근은 나에게 일종에 종교의식과도 같은 일이었다. 테니스 선수나 배구선수가 서브를 날리기 전에 항상 하던 루틴을 행동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처럼 나는 출퇴근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나는 일을 할 준비하는 의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의식이라는 행위자체가 너무나 소모적이고 낭비라는 것은 우리는 잘 알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도 실제 최근 제사나 종교행사들이 허례허식이라며 많이 축소하거나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을 보면 마음 가짐의 싱크로를 맞춘다는 행위는 현대에서는 사실 무의미하거나 생략되고, 많이 재해석된다고 볼 수 있다.
순수하게 움직이는 시간과 일에 집중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거기에 들어가는 교통비나 기타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재택을 한다는 것은 즉 출퇴근에 사용되는 시간과 돈을 다른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재택을 하면서 나에 대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났고, 나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 또한 늘어났다.
이것은 업무의 효율성과는 논외의 이야기다. 업무는 출퇴근 방식과 동일한 시간을 쓰되 더 짬짬이 남는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재택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재택의 장점이자 활용도 였다.
그것이 기업에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개인이 기업에 기여하는 가치가 비례하며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나의 단편적인 관망이다.
만약 출퇴근과 재택의 효용성이 대등하거나 그에 준한다면 회사나 개인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성장의 가능성이 높은 재택이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업무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의 전제조건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회사에서 관련된 인프라와 체계가 잡혀있어야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 인프라에 있어서는 회의나 업무관리 같은 백오피스 등 다양한 매니징툴과 그것들을 관리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회의를 위한 화상은 밋업이나 게더타운 같은 것들을 활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요즘 인터넷 속도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대면하는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밋업을 통해 회의를 하면 대화의 흐름이 끊기거나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는 시간이 흐를 수록 그리고 기술이 발전할 수록 그 간극이 많이 좁혀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간내에 극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를 정리하자면
- 공간의 구분감을 가질 수 있는 출퇴근 방식이지만 출퇴근 하는 것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비용, 시간 낭비가 크다.
- (개인차가 있지만)업무의 효율성의 차이는 같거나 미미하다.
-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을 재택이 완전하게 대체하기에는 아직 무리인 점들이 있다.
따라서 완전히 재택을 부정하고 지레 겁먹기 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어보면서 이같은 재택의 장점과 출퇴근의 장점을 골라서 취하는 것 또한 회사의 방향성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부합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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