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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파민과의 전쟁 회고
    log 2024. 6. 10. 01:33

    도파민과의 전쟁을 결심하다


    문득 침대에 널브러져 유튜브 쇼츠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축낸적이 있지 않은가? 나의 경우가 그랬다. 잠깐만 쇼츠를 보고자 마음먹어도 넘기다보면 한시간은 우습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쇼츠만 보면 다행이다. 남는 시간 쪼개서 틈틈이 커뮤니티를 보는 시간도 많아서 합하면 꽤 많은 시간을 도파민을 생성시키는 것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이 행동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문득 즐겁지도 않은데 이것을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다음글, 다음 숏츠를 넘기며 보고있다는 점이다.
    스탠포드 신경학 교수 앤드류 후버만은 “만약 당신이 즐겁지도 않은 행동을 하면서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도파민 중독을 의심해보십시요.”라고 말한다.
    사실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은 없다. 정확히는 도파민이라는 뇌내 신경 물질도 있고 중독이라는 증상의 학명도 있지만 합쳐서 도파민 중독이라는 학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도파민을 일으키는 알콜 중독이나 도박 중독과 같은, 다른 무언가의 중독은 존재할 수 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만 아니면 중독까지의 증세는 아니다. 중독이라고 불리려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겨야할 정도인데 쇼츠를 많이 보더라도 밥도 잘먹고 회사나 학교를 잘다닌다면 그냥 우리는 의학적으로 숏츠라는 컨텐츠를 다소 많이 즐기고 있다고 보여질뿐 중독의 증세는 아니라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숏츠나 커뮤니티를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적절한 선에서 소비하고 즐긴다면 건전한 취미고 해소방향성이다. 정신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숏츠를 즐기는 것 때문에 일상에 지장이 생기거나 숏폼으로만 도파민이 올라갈 정도로 다른 즐거움이 없다면 중독이고 위험한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니 그냥 보라고 권한다. 
    다만 진짜 문제는 너무 숏츠와 커뮤니티의 일회성 발화 주제들을 소비하며 도파민을 얻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고 점점 이러한 경로로만 도파민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도파민 수용체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숏츠나 커뮤니티를 제외하면 도파민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 걱정되었다.
    마치 시험기간에 걱정하면서 정작 공부는 안하고 딴짓을 하는 것처럼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일상생활에 지장없으니까 중독은 아니야~자기위로를 하면서 계속 커뮤니티나 숏츠를 즐기고 있던 중에, 그런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련의 사건들이 연달아 터진다.

    맹목적으로 새로운 도파민을 찾는 나를 발견


    그저 그것에 멈춰섰다면, 평범하게 취미로 여가시간으로만 커뮤니티 컨텐츠들과 숏츠를 소비했었더라면 지금도 꾸준히 별 의식없이 그것들을 소비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준 일련의 사건이 있었다.
    가정적이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마약 연루 되었다는 사건,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잘못된 행실이 발각되어 속되게 ‘나락’에 가게된 사건들 등 하루가 멀다하게 연이어 터지는 소식들에 커뮤니티와 댓글창은 불타고 있었다.
    나역시도 대중들중 하나였고 소식 하나하나에 함께 분노하거나 열심히 새로운 소식이 없나 더 찾아보게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하루를 마치고 스프린트를 마무리하며 회고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그런 행동들이 나의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며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것이 없는 그저 도파민을 충족시키기 위한 탐닉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접적으로 그 일련의 상황들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옳은 일에 사용할 에너지와 감정들을 단순히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서 소비하고 씹어 넘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성숙하다는 것은 지연보상, 즉 나중에 보상오는 것을 견디는 것이다. 빠르고 즉각적인 보상을 느끼는 것보다 느리고 천천히 돌려받게 되는 보상을 받는 것을 쫓아야 더욱 성숙한 사람이고 성숙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빠르게 도파민을 얻었던 지난 시간과 과오들을 느리게 도파민을 얻고 성취감을 얻는 것들로 채워넣자.
    도파민은 나쁜 것이 아니다. 도파민 분비 실험을 일례로 들자면 어떤 사람이 눈앞에 공을 던지거나 칼로 위협했을 때 그 사람의 인지 능력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을 확인했다. 도파민 분비로 인해 그 사람이 가진 능력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도파민을 이용해서 성취감을 얻고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기개발을 이루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나는 커뮤니티와 숏츠 등의 빠르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소비하는 대신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대체하기로 했다.

    1. 책 읽기
    2. 커리어와 연관된 공부하기
    3. 뉴스와 유익한 블로그 글들을 읽기

    하지만 결심한 이후로도 여전히 나는 무의식적으로 커뮤니티와 숏츠를 빈번하게 드나들었고 시간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여러번 회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언가 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였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를 멈춘 몇가지 방법


    내가 실제로 행했던 방법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애초에 시작도 못하게 접근 루트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어른들이 육아할때 아이들의 스마트폰 시간을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내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외부(혹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인스타그램을 지운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친구의 소식이나 스토리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외에는 사실 피드를 꾸민다던가 내 소식을 올린다는 것은 잘 하지 않았다.
    인스타는 나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것도 잠시 얼마전에 내 핸드폰의 스크린타임 분석 결과를 봤는데, 꽤나 많은 부분 인스타그램이 스크린 타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단순히 스토리만 보고 릴스는 안봐서 쉽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유튜브 계정을 새로 생성해서 구독목록을 생산성, 공부 위주의 목록으로 대체해서 채운다

    나에게는 두개의 유튜브 계정이 있다. 지금까지 그냥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구독한 계정과 생산적이고 나에게 도움되는 정보들만 제공해주는 채널들만 구독한 계정. 이렇게 두개는 서로 독립적인 목록을 가지고 있고 유튜브를 이용한 사람들을 알겠지만 구독 목록의 차이는 알고리즘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만 구독해둔 계정은 계속해서 유용한 정보만 메인 페이지에 표시해준다.
    실수로 쇼츠를 누르더라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쇼츠들만 보여주니 쉽게 빠져나오기도 용이하다.
    다만 이 계정에서 잘못해서 흥미위주의 영상을 클릭했다면 시청기록에서 해당 영상을 반드시 지워주어야한다. 유튜브는 구독한 목록을 통해서도 영상을 추천해주지만 시청한 기록을 통해서도 다음 영상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리한 계정으로 옮겨두고 기본계정으로 사용하다보면 내가 시간이 남고 진짜 흥미로만 단순히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써 내가 필요로할때만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어서 조절이 가능하다.


    쇼츠를 누르지 않는다

    유튜브 메인에서 쇼츠가 뜬다면 오른쪽 위에 x버튼을 누러 다음부터 쇼츠는 뜨지않게 설정해두자, 또는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통해서 쇼츠를 아예 메뉴에서 없애주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위에 생산성 위주의 목록을 구독한 계정이라면 메인에서 쇼츠 목록만 지워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클것이다. 보다 더 극단적으로 강제하고 싶다면 확장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제한하는 것도 좋다.
    또한 확장 프로그램에 특정 사이트를 블럭해주는 확장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무의식적으로 특정 커뮤니티에 접근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고 댓글을 달지 않는다

    이 수칙은 사실 이번 기회에 지키게 되었다기보다는 오래전에 성인이 된 이후부터 내 마음속에 규칙을 정하고 나름 잘 지켜오고 있다.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귀찮다. 아무리 하고싶은 말이 있더라도 그때의 감정일뿐 가입하고 로그인하려는 동안에 사라져서 의욕또한 사라진다. 애초에 그정도로 사라질 마음과 글이라면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블로그 글과 같이 항상 돌아보고 고쳐쓰는 글들이 아니면 커뮤니티에 가입도 안하고 글을 쓰지도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다



    그렇다면 지금 커뮤니티 글이나 숏츠를 단 한번도 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은 상황들을 강제하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볼 수 있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단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습관이 된 이후로는 내가 의도해서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완전히 사라졌다.
    실제로 한단계 뎁스를 두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까지 가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쉽다. 마찬가지로 숏츠나 커뮤니티에 글들에 한번 물꼬를 틀기 시작하면 끝도없이 보기 시작한다. 이미 시작해버린 순간 빠른 자극을 통해서 다음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숏츠나 커뮤니티를 들어가는 것이 어떤 매커니즘이나 생각을 통해서 내가 이것을 즐겨야지, 혹은 어떤 목표가 있어서 이것을 찾아야지하고 의도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아무생각도 없이 내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고, 계정을 따로 두거나 사이트 블럭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서 번거롭게 사이트 도메인을 allow하는 뎁스를 두게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런 무의식적인 행위의 대부분을 멈출 수 있었다.
    아예 시작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마치 카드나 통장도 하나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여러개로 목적별로 구분지어 나누고 거기서 돈을 사용하다보면 통장에 돈을 옮기는게 귀찮아서라도 그 안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간단한 조작으로 막혀있던 것(예를 들어 사이트 블럭이나 유튜브 계정 전환 등)을 풀고 계속 커뮤니티나 숏츠를 즐길 수 있지만 생각할 '틈'과 '여유'를 둠으로써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무의미한 시간들을 줄일 수 있었다.
    혹시나 나처럼 숏츠와 자극적인 이슈거리에 빠져서 무의미한 일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위에 써놓은 몇가지 방법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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